나의 글

[스크랩] 만남

세수다 2013. 7. 16. 11:15

빵집을 하는 사촌 언니에게서 한 아름의 빵을 챙겨 와야 하니

"엄마, 나 좀 데릴러 오세요. 버스타고 가도 되는데 케잌까지 있어서...."

 

그 곳이 잠실대교 끝자락, 이 저녁에 둘째를 데리러 가게 된다면

오늘 나는 같은 길을 두 번 가게 되는 셈이 된다.

 

스마트폰의 네비게이션을 켜지 않았다.

이미 익숙한 길이 되어진 셈이니....

가는 내내 줄곧 나는 한 걱정을 안고 있다.

남편을 보내고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조카를 어떻게 대면해야 할까?

 

아직 미혼인 30대 초반의 여자 조카는 외삼촌을 무척 좋아했다.

 

때마다 특별한 날이면 나는 아이 셋을 할머니 집 근처이거나

고모네 꽃가게 근처이거나 그렇게 떨구어 주고

최대한 담담한 얼굴이 되어 왔던 길을 돌아서곤 했었지.

엊그제 초복날도 그랬었고,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한꺼번에 퍼붓는 빗 속을

기꺼이 아이들과 동행하면서도 그 앞에만 가면 나는

심장이 얼음장으로 굳어버린다.

 

"엄마, 여기서 내려주지 말고 좀 더 가요.  우리 비 맞으니까..."

아이들이 꾀를 낸다.

- 싫어.  마주치는 건....

"엄마, 만나면 어때요. 눈 딱 감고 치뤄내면 그 뿐 인 것을."

- 그 한번이 용납이 안 돼. 그리고 시작되는 거니까.

 

알맞은 장소에 내려주고 돌아서는 길,

이런 생각을 했다.

이혼한 부부가 각자 아이들 만나고 헤어지는 시간이 되면 이런 모습이려나?

참으로 몹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나는

 

그럼에도 조카는 조금 나을 것 같기도 했다.  직접적이게 예민한 관계는 아니므로...

 

대로변이라 마땅히 주차하기가 애매하다 싶었는데

마침 조카와 아이가 양 손에 빵 봉투를 들고 나온다.

"숙모 어쩌죠?  주차할 곳이 없어요."

- 괜찮아.  바로 가지 뭐.

다행이다.

 

옹졸한 나의 마음은 다른 것은 다 해내도

가장 쉬울 것 같은 이 하나를 넘지 못하고 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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