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결핍....

세수다 2023. 5. 30. 13:00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면 

서서히 채워지는 결핍으로의 탈출같은 뜨거운 열정은 없었으리라.

 

비 내린 오후  ....

물 먹은 쑥은 유난히 키를 키웠다.

무릎만큼 자란 쑥 잎을 뚝뚝 끊어내면서

이번엔 쑥설기를 해볼까? 쑥절편이 더 맛날까?

그리고 쑥 떡을 보면 좋아할 얼굴들을 하나 둘 각인시킨다.

 

서 너 시간 쉬지 않고 힘들인 성과만큼 바구니 가득  쑥이  채워졌다.

재보지 않아도 이 정도면 쌀 한 말 양은 될지를 가늠한다.

 

사서 먹는 일이야 얼마든지 쉽지만

나의 쑥 사랑은 아주 오래전부터 ....

어릴적 엄마가 태능 배밭에서 몇 푸대씩 꾹꾹 눌러 담은 쑥들을  채워서 

떡 집에 갖다 주고 나면 8천원 정도를 일당으로 벌어 오곤 했었다.

지금 내 나이쯤?

 

지금처럼 일 할 곳이 마땅찮은 시절이라서

궁여지책으로 택한 일거리였음에

나는 그 시절의 쑥에 대한 강렬한 기억으로 

지금껏 쑥을 사랑한다.

 

쑥 푸대 속에 간간이 들어있던 상처나서 떨어진 배 몇 개가

어찌 그리 달았던지...  

간식거리 흔치 않았던 때라서 몇 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고선 속이 훑어내려 고생했던 기억까지 

한꺼번에 소환되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지나다가 활짝 핀 예쁜  꽃보다도

지천으로 수놓아진  쑥무리에 더 눈길이  가는 건

오랜 그리움의 전부이다.

 

2023.  5. 28.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