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이런~ 이런?
핸들 왼쪽 뒤에
LPG 버튼을 괜히 눌렀다.
엊그제 퇴근 시간에 시동이 안 걸려 자동차보험회사 긴급출동을 불러
무언가 잘못 눌려진 것이 있나 보다,
그래도 불안하면 카센타 한번 가서 점검받아 보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을 걸 그랬나?
어제 퇴근 시간에 다시 시동이 안 걸렸다.
이것 저것 모르겠으면 전문가를 불러야지, 그런 생각으로 긴급출동을 부르려다
우연찮게 시동이 걸리기에 괜찮다고 취소를 시켰다.
아뿔싸, 시동이 켜지고 불과 몇 분을 지나왔을까?
경사진 도로에서 갑자기 푸르르 시동이 꺼진다.
브레이크 발판을 꽉 눌렀다.
평평한 길이었으면 좀 나았을텐데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50여미터 앞에 아반떼 승용차가 신호대기중에 서 있는 게 보인다.
멈추지 못하고 두두두두~~
나의 차는 그 차의 왼 쪽 앞 바퀴 에 콱 박혀 버렸다.
20대의 남자가 밖으로 나온다. 뒤이어 그의 엄마가 따라 나왔다.
화를 내지 않아서 다행이다.
"미안해요. 시동이 꺼져 버렸어요."
남자가 의례적으로 사진을 찍어 댔다.
버스와 자동차들이 빵빵 거리며 빨리 차 부터 한 쪽으로 빼라고 난리다.
잘못을 내가 했으니 처분만 바랄 뿐이라고 생각하며 침착하게 보험회사에다 전화를 했다.
렉카차가 오고, 내 차를 후진해서 일단 빼 주었다.
생각보다 찌그러진 부분이 미미하다.
바퀴와 바퀴가 진하게 포옹한 모습이랄까?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 구나!
더한 일을 겪었으면서도 매번 벌어지는 새로운 사건에 대해서
그 모양과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이토록 낯설은 것인지.....
아반떼 남자가 말을 했다.
"아주머니 보험회사에 접수하지 마세요. 별 거 아니니까 카센터에서 조금 손 보면 돼요."
순간 많은 돈을 요구할지도 모르리라는 의심이 스친다.
눈빛을 봐선 선한 사람 같아 뵈지만,
"아시는 카센터 있으세요? 그리로 가 봐요."
- 어디 가시는 중이었을텐데 나 때문에 이리 피해를 봐서 어째요. 미안해요.
"아니예요. 엄마와 어버이날이라 매형이 저녁 사준다 해서 가는 길인데 할 수 없지요."
내 차야 조금 찌그러진 들 대수랴,
아는 카센터에 전화를 해 두었다. 내 차를 따라 올 수 있겠냐 했더니 그리 한단다.
왼쪽 앞 타이어 뒤 쪽이 조금 손상이 가서 견적비용은 15만원 정도 될 것 같다니
그 정도 사고로 멈춰진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차를 맡겨 두었으니 집에 갈 택시비라도 주라고 하길래 2만원을 건네 주었다.
덥썩 더 많은 돈을 주지 않았던 것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는 침착함이
내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저들은 내게 분명 좋은 사람들이었다는 걸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