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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던 니가 빠진 날?

세수다 2020. 6. 2. 06:32


차일 피일 미뤄봤자 득 될게 없는 치과치료라는데...
맘 먹은 날에서 당겨 보자.
눈 딱 감고 가 보는 거야.
용기를 내서.
전체 이빨을 사진으로 촬영하면서 간호사가 물었다.
그동안 오른쪽 어금니 안 아프셨어요?
흔들리는데...
아뿔싸! 그랬었구나.
견뎌서 돨 일이 절대 아니었네.

우울감을 간직할 새도 없이
모든 일은 순식간에 벌어지고
이내 순조롭게 해결되기도 한다.

세상 일이란게 순리대로...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것이므로.
더 큰 병으로 당황스런 경험이 다반사인 것에 비하면
갑자기 뻥 뚫려 동굴이 된 어금니 자리가
무슨 큰 일이겠나?

가시덤불 세상 하나 제치고 길 나서는 나그네 심정으로
오늘 잘 견뎌냈다.
그 뿐이다.

내 또래인 사무실 안동섭씨도 알고 보니 같은 치과에서 어금니 임플란트 치료중이라고 했다.
그동안 얼마나 아팠던지 지난번에 얼굴 퉁퉁 부어서 온 날
있었죠? 그 날 저도 이빨 뺏어요.
그러고 나니 안 아프대요.
단순한 화법으로 말을 하니 오해도 많았는데
최근엔 소통이 쉬워졌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이해하고 듣자니
사람끼리 더 잘 나고 못난 것을 비교할 이유도 없는듯 하다.

때로는 느리게 행동하는 데서 차지하는 잇점도 배우게 되니까...
찬란한 6월의 첫 날.
나는 앓던 니 하나 뺀 것으로 만족이다.
진땀이 날 만큼 맵고 우지끈 불편했던 통증이 사라진 지금
내게 천국이 따로 없을만큼.

2020.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