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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뻔뻔한 줄은 아는게지

세수다 2013. 3. 25. 17:28

토요일,

2주만에 다시 집에 온 둘째가 엉덩이를 제대로 붙인 건

잠들어야 하는 늦은 12시가 되어서였다. 

그 순간마저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으니...

 

그리고 오자 마자 월요일 첫 차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고 설레발이다.

 

"그러려면 뭐하러 온 거야?  그냥 거기 있지.

집에 왔으면 조용히 쉬다가 가든지....   친구는 무슨 친구"

 

서운한 마음에 핀잔을 줬더니

자신의 일정이 너무 너무 바빠 숨 쉴 시간이 없다나?

오지랍이 너무 넓어서 그런 게지.

조용히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학교만 다니면 될 것을,

온 동네 다 들여다 보니 잠자코 있을 시간이 없는 거 아니냐.

 

자칭 숨이 차도록 빡빡한 일정에서도 이 방 저 방 기웃기웃,

가져갈 것이 없나 염탐을 하는 모습이라니....

 

언니는 제 옷을 감추느라 부산하게 움직이고

중학생인 동생은 묵묵히 쳐다만 보고  그렇게 휴일은 실속없이 지나갔다.

 

새벽녘 떠날 아이가 조용히 내게 제안 하나를 하겠단다.

"엄마, 제게 매달 일정한 날에 일정액의 금액을 입금해 주세요.

 엄마이름으로 된 카드를 쓰려니 영 불편해서요."

- 뭐가 불편해?  같은 거 아니야? 돈 쓸 일 있으면 네 아르바이트 했던 몫돈 헐어서 쓰면 되겠네.

"아니, 그건 내 목숨같은 돈인데 어찌 써요.  엄마가 줘야지."

- 하숙비에다 용돈에다...    내 돈은 아깝고 남의 돈은 안 아깝냐?  될 수 있으면 쓰지 말아야지.

 

잔소리 몇 마디 했더니 알았다는 시늉을 하고 떠난 아이가 안쓰러워

- 정 그렇다면 매달 얼만큼의 일정 금액을 보내주겠어. 철저히 용도를 기입하고 쓰도록 해.

했더니 아이가 피식 웃는다.

 

"엄마, 내가 너무 뻔뻔한 것 같아요."

 

자신의 뻔뻔함이 멋적기도 했나 보았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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