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대전에 내려간 딸은 주말마다 올라와요?
우리 아들은 그쪽이 더 좋은지 아예 올 생각도 안해요."
미용실 여자는 한달 전에 보고
오늘 다시 들른 나를 기억해 두었었나 보았다.
7년째 같은 집에 전세를 살고 있는데
주인집이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했다며
20여년 결혼생활 동안 이뤄놓은게 하나도 없다는 여자.
대학생 아들 하나에 전세보증금은 삼천오백만원.
그런데 오백만원을 올려달랬단다.
오늘따라 지겹게도 손님이 없었다는 여자는
나를 상대로 세상얘기를 시작했다.
미용실 오랫동안 했으면 돈 좀 벌지 않았어요?
벌기는?....
우리 남편은 결혼 첫 날부터 왜 돈을 벌어서 집에 주어야 하느냐는 사람이예요.
댄스스포츠 옷 매장을 거창하게 하긴 하는데
집에는 잊을만 하면 들어오고 가정에 대한 책임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어요.
잘 생겼거든요. 정말 볼 게 아닌 것이 인물인데.....
미용실 여자는 긴 시간동안 체념이 몸에 배인듯
볼 때마다 허허거리며 웃기를 잘했다.
되지 않을 일에 연연하지 않는 법을 알아낸 사람처럼...
여자의 웃음을 따라 어깨춤 추듯 함께 웃는 나.
그로부터 먼지같은 삶을 깨닫는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끼리도 이렇게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건
이만큼이라도 살아온 나이 때문일 수도 있고
구멍난 가슴 한켠의 바람소리가
내게서도 들렸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재미없는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차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리하여 웃지 않고선 살아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른 것을
차라리 다행이라 해야 할까?
진정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