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스크랩] 봄

세수다 2013. 3. 17. 12:51

아이 하나,  대학 신입생

"엄마, 김치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지?"

- 하숙집에 김치가 있니?  밀가루랑 후라이팬은..."

"여기 얘들 많으니까 다 해결할 수 있어."

 

첫날 딱 하루 외롭다 떠들더니

3주째 접어들자 

줄곧 독립적인 삶에 날개를 단듯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에 콧노래까지 흥얼흥얼 주체를 못하다니...

젊음이 좋긴 좋다.

 

아이 둘,   대학 3학년

화이트데이라고 선물로 받은 큰 얘의 쵸콜렛 상자가 열려 있기에

지저분해서 유리병에다 옮겨 담아 놓았더니

난리가 났다.  남의 선물을 천천히 음미하려고 했는데

그냥 막 먹을 것처럼 쓸어담았느냐고....

 

어차피 먹으라고 사 준 것 아니냐?

내 생각에 너무 운치가 없었던가.  그래 참말 재미없는 엄마인 거 맞다.

 

아이 셋, 

중학생인 막내는 자기도 막대사탕 스무개 정도 받았는데

한달 내내 먹을 양식이라 그냥 서랍에 넣어 두었다 하고....

 

아이들의 봄은 설레임으로 가득해

감히 엄마가 비집고 들 틈조차 두지 않은 듯 했다.

 

봄을 타는 나,

밤새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환하게 불을 켜놓고

TV까지 켜놓은 채 허전함을 채워보려 해도

날이 새도록 그저 그런 아침을 맞고 말 뿐이지.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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