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5일 오후 12:55
은행에서 1년 예금만기가 다 되었노라고 전화가 왔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빠른게 세월이라고 했던가.
다시 폐기능만 회복되면 될 것이란
말도 안되는 기적을 바라고 믿었던 그 때 그 순간들이
어제 일처럼.....
이만큼이면 괜찮아질까? 다시 또 이 만큼 왔으니 잊혀질까
날마다 날짜세기를 했었지.
슬픔을 멀리 하다 보면 내 남은 삶에 꽃필 날이 있으려나.
남겨진 우리들끼리 그 없는 푸닥거리 하느라 두어 달 시간 보내고,
그도 지쳐 도 닦는 도사 흉내질 하느라 두어 달 지나치고
다르게 슬픈 울음 훔쳐보느라 다시 두어 달 채워 보고
내 키 만한 억새풀 제치며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헉헉 고르게 숨 쉬기도 미안했던 그 날들이
벌써 일년이 되었나?
아니 수도 없이 세어 보았을 동굴 속 어둠이 동반된 그 날들이
고작 일년이라니....
더 많이 지나버리고 난 후였으면 좋겠다 했다.
잠깐 잠든 사이에 나 몰래 시간 도둑이라도 맞았으면 더더욱 좋았을...
고꾸라지며 기어코 치뤄내야 할 일년이 되는 그 날을
기어코 맞이해야 한다면 돈을 주고라도 대신 할 사람을 사고 싶다.
은행의 여직원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관심없이 앉아 있는 나를 향해
"왜 이렇게 쿨하세요." 란다.
"살다 보니 쿨하게 되네요. 악착같이 알고 싶은 것도 없고,
조목조목 따져 보는 것도 귀찮고..... "
- 저를 믿으세요? 너무 제가 하자는 대로 하니까 불안해서요.
"저도 사업하는 사람인데 무작정 믿는 건 아니예요. 느낌이 있는 거지요."
억울하도록 일만 하고 떠난 사람이어서
혼자서 맘놓고 행복할 수 없는 죄책감을 언제까지 안고 가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