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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바람이고, 구름이었으면....

세수다 2013. 2. 19. 18:55

설이 지나고 안방 문이 닫혀 있는 게 못 견디겠었다.

 

늦은 시간,  학원에서 아르바이트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빼꼼히 열었다 이내 닫는 그 "딸깍" 소리가 너무나 싫었다.

"엄마, 자네?" 

차라리 "엄마 나 왔어요?  왜 벌써 잠을 자요?"

그렇게 요란스런 소리로 나를 부추겼으면 좋겠건만 아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스마트폰 확인 하는 일에 더 열중이었다.

 

큰 얘가 거실 바닥에 전기 장판을 깔고서

제 방에 들어가기 귀찮아 내쳐 이불을 펴고 자는 걸,

그 다음날부터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썰렁할 줄 알았던 거실에 버티고 있으니

하나, 둘 아이들의 움직임이 시선에서 가까이 잡힌다.

마치 많이 늙은 사람 같다.

 

방을 버리고 밖으로 나오자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천리길, 만리길이 되어 안방이 거실만큼 썰렁해 보이니,

외로움은 그 쓸쓸함의 표현을 이렇게 흩어 놓는다.

 

앉은 자리가 고향이 되는가.

벌써 며칠째, 한동안 계속 이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상하다.

갑갑하게 사방이 막혀 있는 막다름이 지겹도록 싫어졌다.

훌훌 바람이 되어, 구름이 되어 날 수 있다면

딱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좋은 일이 생기길

이제 더이상 원치 않는 삶으로 되었다면 그들은 믿어줄까?

그 좋은 일 다음에 반드시 따라오는 마녀의 심술을....

그랬다.  반드시 그렇게 됨을 믿으면서 두려워졌다.

그래서 별나게 좋은 일은 말고

그냥 별 일 없이 살게만 해 달라고 감히 호소한다.

 

누구라도 이런 마음일까?

긴 즐거움도, 긴 슬픔도 숨차지 않게만 누릴 수 있었으면....

 

자꾸 익숙해져 간다.

꼭 둘이었어야 한다고 믿었던 삶에서

밋밋해 돌아버릴 지경이어도

던져진 돌멩이처럼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결국 내 삶은 이렇게 흘러가게 되었던 거라고 인정하기로 했다.

 

오래 전  어느날 우연히 본 사주까페 주인장의 헐거운 사주에서

"당신의 운은 이제 다 되었네요. 지금부터는 당신 아내의 사주가 승승장구 할 거예요."

그때 나는 웃었고, 남편은 돌팔이라고 안 좋은 얼굴을 했었다.

결국 그 사주가 맞았던 걸까?  

이제 와서 그 말의 뜻을 내 상황에 맞추어 보는 꼴이라니...

그러면서 나를 인정하는 게 편하다면 그리 해야지.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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