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삶!

세수다 2016. 2. 25. 11:33

 

혼자서 하는 일이라 책임과 의무가 무겁지만,

그도 오래 했다고 앞을 내다보는 눈이 더러 밝을 때가 있다.

 

용달차를 가지고 돈을 벌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을 보면서....

 

젊은 기사 하나가

한참 전에 사 간 자재가 불량이라고 환불해 달래서

그건 어렵다 하니, 이제 여기 안 올 거예요라며 볼멘 소리로 간 이후

성질이 나서 안 오나 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와서는 듣기만 해도 속상한 하소연을 하고 간다.

 

"일이 없어서 백화점 가구 배달을 좀 했거든요.

 그러다 와장창 일을 저질렀죠.  지하 주차장 높이 제한이 있는 걸 모르고

 그냥 진입한 거예요. 아~  생각하기도 싫어요."

- 가구를 넘어뜨렸어요?

"네. 그래서 3백5십만원 물어줬잖아요.  정말 일 하기도 싫어요."

- 일을 해야 한다, 돈을 벌어야 한다...  오직 그 생각만 하다 보면

  조급한 끝에 꼭 사고를 일으키죠.  조심해서 해요. 

 

요령 없이 일을 하니 그랬던 게야.

야무지게 돈 잘 버는 이들도 많은데 말이지.

 

그 속상함이야 열번이고 백번이고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을만큼 잘 알고 있다.

 

내 일이 한가해도 이렇게 한가할 수가 없지만,

다른 사람 사는 이야기 듣고 보면

차라리 대책없이 손 놓고 있는 나의 현주소가

마냥 무능한 것만은 아님을 .....

 

돈이란 것은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옮겨가는 것.

다른 사람 많이 벌라고 이해를 고하며 안녕을 했다.

 

애쓴다고 될 수만 있다면 그리 하겠지만,

변화하는 시절에 순응하는 것도 미덕이다.

 

3월 3일에 있을 재판이 무제한 연기 되었다고 등기가 도착했다.

왜 그랬을까?  기어코 내게서 돈을 더 타내야겠다더니...

변호사가 더 이상 이유를 찾기 어려워졌나?

 

그들을 보며 어느 때부터 이런 기도를 했었다.

꼭 필요하다면 얼마라도 줄 수도 있겠다.

이런 방법까지 동원해야 했을 그 사람의 절박함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미움보다 안타까움이 눈앞에서 아른아른.

 

나는 그럼에도 살만한 여건에 있잖은가.

 

간절함의 눈높이가 저마다 다른 것을 인정하고 나면

각박한 삶이 수월해지기도 함을 알기에.

 

 

2016년 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