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빛의 속도로....

세수다 2015. 11. 25. 13:22

마지막 순간까지 일곱 딸들의 간절한 기도를 받고

아흔 둘을 살다 떠난 분다 어머님은

루시아 자매의 어머니시다.

 

긴 연도를 마치고 식사 자리에서

죽음이 결코 어둡고 슬프지만은 않음을

그들의 따뜻한 사랑마음으로부터 읽는다.

 

이왕이면 너울 너울 감나무가 꽃길을 이루었을 때였으면 좋았을 걸....

열심을 다 한 이후의 아쉬움이라고 이보다 따뜻한 날이었기를

속 마음을 꺼내니,

너나 할 것 없이 그런다.

"아휴, 뭘 더.... 이런 딸들을 둔 어머니라면 바랄 것이 없겠네."

 

집집마다 숙제 하나씩 끌어안고 있는 처지라

그저 편안히 큰 일 치르는 광경이 고마울 뿐이다.

 

화합된 마음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더더욱.

 

모였던 일행들은 예외 없이 2차를 외치며 맥주집으로 이동해서는

들어서자 마자 왁자지껄 웃고 떠들자,

단골인듯 가게 주인이 어디 다녀 오시는 길이예요? 묻는다.

 

"우리요? 지금 상가집에요.

- 네?

 

드러난 감정 따위를 두고 왈가 왈부하는 일은 이제 구시대적 발상일 수도 있다.

마음 다스리는 일은 각자의 몫으로 두고,

누구처럼 해야 되는 억측은 더 이상 통하지도 않을테고.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했다.

 

곧 다가 온 승호의 상견례 때 입을 쟈켓 두 벌을 맘 먹고 사 두긴 잘한 것 같다.

혼란스러운 백화점 보다 동네 매장에서 간단히 고른 것 또한....

별 스럽게 세련되지 못하다면, 그저 무난한 패션이 그만이지.

 

오랫동안 치장을 잊어 촌스러움의 극치였다면,

나풀나풀 와이드팬츠에 잘 어울릴만한 쟈켓을 쿨 하게 매치할 수 있는 센스도 되살아 났다.

무엇보다 나 다운 모습으로.... 

 

한참 혼란스러웠는데,

좋은 기억은 살아나도 괜찮을듯 하다.

이리 편안한 기분이라면 말이다.

 

매 순간 버릴 것 없는 소중함으로 살기가

빛의 속도로 빨라서 붙잡아 두고 싶은 심정이건만

어느새 이 해도 끝자락이다.

 

2015년 1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