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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떤 나무의 말 - 나희덕

세수다 2015. 11. 5. 09:52

 

 

 

 


어떤 나무의 말

                                                            나희덕

 

 

제게 잎을 주지 마십시오.
연록빛 날개로 잠시 날아오를 뿐
곧 스러질 잎사귀일랑 주지 마십시요.

제 마른 가지 끝은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졌습니다

더는 쪼개질 수 없도록

제게 입김을 불어넣지 마십시오

당신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곧 무거워질 잎사귀일랑 주지 마십시오

다시는 제게 말 걸지 마십시오.

나부끼는 황홀 대신

스스로의 棺이 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부디 저를 다시 꽃 피우지는 마십시오

 

 

 

출처 : Kwang & Jung`s Blog
글쓴이 : Kwang & Ju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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