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기쁜 우리 젊은 날!

세수다 2015. 11. 3. 12:39

 

 

 

문 밖에 있는 그대여 어서 오게나.

너울너울 잎 푸른 그늘 아래 알차게 익은 나,

따뜻하게 뻗은 손 기다렸다네.

 

밤새 내린 찬 서리에 오그라들까

괜한 염려 잠재우고 다시 피어난 늦가을 희망처럼 이리 춤을 추잖은가.

그러니 목 빼고 기다린 성의 모른체 말고,

소심한 풍년가, 예서라도 불러 주게나.

여자의 일생, 불어라 열풍아.....

어떤 것이든 괜찮아.

 

꽤나 적적하던 차에, 한 무더기 웃음꽃으로

원 없이 왁자지껄 요란하게 한 나절,

나는 내내 당신들의 환한 얼굴을  올려다 보느라 좋았소.

 

산더미 같은 일 거리 앞에서

한숨 반, 걱정 반이었지만

도 닦는 심정으로 한 곳에 몰입하다 보면

기어코 일의 바닥은 보이지 않던가.

 

그러니 염려하지 말게나. 

다 되는 수가 있어.

 

무산된 동태찌개, 닭 백숙의 불발로

콩기름 발라 가며

몇 시간 동안 공 들여 닦아낸 가마솥의 진가는 발휘되지 못 했지만

살림 장만 해 둔 것으로 퉁치고.

 

해지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다짐하기도 모자란 하루는,

욕심껏 종종 걸음으로 애를 태워도

밀려든 어둠 앞에서 늘릴 수 없는 하루 해의 겸손으로 치우고

늘 하던대로 필연적 2차를 감행하더군.

 

체면 불구하고 무엇이든 실어나르기 제격인 화물차는 탁월한 선택이었어.

비록, 고속도로에서 바람 결에 비닐 몇 장 날려버린 잘못만 아니라면....

 

소금물로 얌전히 숨 죽은 나, 달랑무를 태우고

당신들만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중에

놀아야 하는데, 무섭게 일을 시킨 게 왜 내 잘못 같은지.

그래도 잘 버무려 놓으면 맛있을게야.

 

몸은 고되었어도

다시 올 수 없을 기쁜 우리 젊은 날로 점철될 오늘!

이토록 찬란한 가을이 준 선물,

나는 당신들에게 감히 행복을 안겨주었노라 장담할테요.

내년에 또 봅시다.

 

2015년 1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