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에는....
어떤 날에는 가득한 포만감으로 서러운 마음의 한 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지나온 고통이 아련한 추억이 된 것은 얼마나 감사한지....
슬픔을 감싸안은 채 주저앉아 있을 수 없기에 훌훌 털고 우리는,
가던 길 멈추지 말고 행진하듯 씩씩하게 가보는 거야.
언젠가 행복해 질 것이라는
다짐 만으로 이루어질 꿈이 아니기에
지금 충분히 행복하기로 하자.
승호의 친구가 먼 곳으로 떠나고, 이틀 후에
보나벤뚜라 수녀님도 이어서 떠났다.
세상을 향한 생각을 두고 같지 않더라도
왜 그러냐는 편견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떠나고 나면 모두가 아쉬운 사람들.
승호는 슬픈 날에는 왜 비가 내리는지 모르겠다고 상심했지만,
더 많이 살아 온 우리는
그러므로 지금보다 많이 사랑하며 살자꾸나,
낯선 어떤 날에 대해
놀라지도 말고 외면하지도 말고 받아들이면서....
어쩌면 신께서 저마다 이미 정해 놓은 삶을
벗어나고픈 욕망 한 자락으로 꾸역꾸역 기적을 꿈꾸지만
소용 없는 일이지.
영원을 믿을 수 없게 된 것은 슬픈 일이다.
알고 난 후에
부질없는 희망을 꿈꾸는 것도 접고,
바쁜 하루지만 천년이듯 길게 써야 하는 것도
슬픔이 지나간 다짐이 되었으니.
인연이 다 한 자리에 끊임없이 채워지는 새로운 인연들,
언젠가 만난 적이 있는 것처럼
한결 수월하게 가까와질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을 활짝 열고 다가섰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되었든 간에
닫힌 마음 앞에선 부담스럽기 그지 없으므로.
상한 마음 다스리느라
일일이 표출한다고 마음의 만족이 이루어진다면 그리 하겠지만
되돌아 올 상처는.....
그래서 편안한 침묵이 다행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교통정리가 되어지니까.
2015년 9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