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어제처럼 오늘도....

세수다 2015. 7. 20. 13:55

"잘 지내지! 세인 엄마는 강하니까 늘 잘 지내리라 생각해.

 마음은 한결 같지만, 한 발 뒤로 물러서야 되나 싶고...

 변함없이 몸은 고달파도 마음은 편했음 좋겠어.

 뒤에서 딸들도 엄마도 늘 편하게 지내길 바라고 있어.

 그리고 우리가 입금시킬 자재값 좀 알려줘~"

 

한동안 잠잠했던 얼굴들이 이렇듯 한꺼번에 등장하기도 하는구나.

사무실 위층에 사시다 수서로 이사 가셨던 할머니를

중앙시장에서 뜬금없이 만나지를 않나,

"그동안 살이 올랐나, 얼굴이 참 좋아졌네!"

- 예. 그러게요.

 

일년여 동안 거래를 끊고,

모른체 지내던 아름아줌마의 문자도 그렇고....

 

엄마가 떠났던 2007년 그 무렵,

정신 사납게 집안을 어지간히 어지럽혔던 이모가

오늘 내일 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마음껏 슬픔을 내세울 수도 없이 시달렸던 시간들이 어제 일처럼 스쳐 지나갔다.

 

어느 병원이라고 말해 준 사람은 없었지만,

직감으로 전남 담양의 사랑병원으로 전화를 넣었다.

 

엄마가 마지막을 지냈던 곳, 그 곳에 다시 이모가.....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마음을 쏟으면 금새 알아낼 수 있는 근황이건만

안 좋은 기억이 홍수같은 사람들이기에 모처럼 들린 소식이어도

감정조차 메마른 상태로 무심함이 더 컸다.

 

그럼에도 한번 알아는 봐야겠었다. 사람의 도리라고....

 

혼수상태라 했다.  담당 간호사의 말이.

수년 전처럼 몸도 마음도 열정이 극에 달했을 때라면야

이것 저것 물었을지 또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조용히 그냥 묻기만 하는 것으로 대신 했다.

 

참견할 의욕도 없고, 그 쪽으로 쏟을만한 애정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신림동 언니는 이모의 그동안 한 행동을 돌아 보자면 얄밉기도 하고,

한편 불쌍하기도 한데,  지극히 현실적인 발상으로

그 곳 기도원 보증금 3천만원은 되돌려 받아야 하지 않냐고 내게 물었다.

원래 엄마 것이니까.

 

소멸되어지고 말 하루 하루, 지나고 나면 모두가 한낱 물거품이다.

필요에 의한 책임과 의무가 누구에게 있든,

이젠 원망도 소용 없어진 때가 되어

아픈 마음 한 자락 위로 비가 내린다.

이번 주 내내 오락 가락 자주 내릴 비라 했는데....  정말 그랬다.

 

결국엔 모두가 아픈 사람들이 되어.

 

2015년 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