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그럼에도....

세수다 2015. 7. 1. 15:28

바람의 소리에서 사랑을 느낀다.

 

한여름 더위가 무색하게 찰랑대는 바람은 초가을 같다.

 

긴 통화가 불편할 때엔 '운전 중'이라고 하면

그런대로 짧게 넘어갈 수 있어 편리하기도 하다.

"어멈이냐? 나다."

- 예.  저 운전 중이예요."

"그러냐?  그럼 얼른 끊어야겠다. 어제 농협엘 갔더니..."

- 예. 돈 좀 넣었어요.

"그래서. 고맙단 말 하려고....  운전 조심해라."

더 긴 이야기?  특별하게 달리 할 말도 없는데.

운전 중이라는 변명은 나 말고 당신에게도 다행스런 말.

그냥. 씩씩한 웃음, 목소리로

오늘도 무사한 서로를 확인하면 되었지.

 

어제 6월도 마지막날,

온갖 어수선한 일들이 겹쳐진 날이었지만

어머님께 은행으로 돈을 부치고 나서 조금 견딜만 했다.

불쾌한 일들은 버리는 카드로 치고....

좋은 일만 생각하자꾸나.

 

강아지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온 승호는

아버지와 통화가 안 된다며

내게 초롱이의 상태에 대해서 빠르고 자세히도 설명을 했다.

약 먹여야 할 시간과,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 다행이라나?

그리고 기막힌듯 웃었다.

"심근경색도 없고, 피부병만 조금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기분 좋은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올 만큼 무척 상냥하기까지.....

"잘 됐네.  애썼고.... "

 

순하고 애교많은 초롱이는

그동안 외로운 가족의 든든한 힘이었단다.

 

좀더 열린 세상을 살라치면,

무작정 닫힌 관계로는 더 나아갈 수 없음을 안다.

 

미워하지도 말고, 원망하지도 말고

그럼에도 잘 살아내고 있음에 무한 감사만 생각하자.

 

2015년 7월 첫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