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추억이 잊혀진다 해도....

세수다 2015. 6. 2. 12:08

 

 

"지난 날의 좋은 추억을 이따금 그리워 하는 것은 괜찮다.

 다만 지나치게 빠져들지는 않도록 경계하라.

 과거일 뿐인 추억에 붙잡혀 집착하다가는,

 앞으로 마주할 새로운 가치와 의미는

 전혀 알아보지도 못한 채 놓쳐 버릴 수 있기에...."

 

인생살이에서 홍역을 앓듯 크게는 꼭 한 번,

어쩜 그 이후로 수도 없이 겪어내야 할 고통의 숫자는

하나면 어떻고, 둘이든 셋이든 문제될 것이 없어졌다.

그저 겹쳐진 고통일테면 덧대어진 두터운 딱정이 상처,

희고 고운 새 살로 돋아날 것이니.

언젠가는 닳고 닳아 백지보다 투명한 가벼움으로 날아가리.

 

힘 빠진 노인네 마냥 뒷짐 느슨하게 두르고,

갈짓자로 걸을지라도, 

허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된 삶의 환희란

감히 이런 것이라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주 한림항에서 비양도 가는 배를 타고,

생각을 멈추고 바라볼 수 있는 이 한가한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 줄

또 알아냈다.

 

언제나 감사를 잊지 않으며 사는 일 또한 .....

지탱할 수 있을 새로운 힘이 되어. 

나를 이렇게 일으켜 세웠다.

 

승호는

"제주도 가시면 저 로션 하나만 사다 주세요."

세인이는

엄마가 사무실을 비우는 동안 흔쾌히 보초 서듯이 잘 봐주마 했고,

수련이는

느낌으로 ㅋㅋ 흐뭇한 미소가 느껴지게 했고,

막내 다빈이는

"엄마, 저 지각 안했어요."

 

눈꼬리를 치켜 뜬채 양팔짱을 끼고 노려보았던 분노는 간데 없이,

그래서 혼자 또 웃었다.

별 수 없었노라, 어쩔 것이냐?

이름하여 지독하게 이기적인 엄마, 자신이 원하는대로 사는 엄마!

누구나 생각은 각자의 것.

죽을 때까지 내보일 수 없는 내 안의 나를 어찌 설명할 것인가?

이렇게 숨쉬고 사는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듯 살 뿐이지.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삶의 반전을 지켜보는 일은  이래서 가치가 더한 것이다.

 

멈추어 있는 생각을 훌러덩 벗어 던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앞만 보며 가기로 하자.

 

그래서, 마을 곳곳을 한가롭게 걸었다.

첫 날은 일만 4천 보,

둘째 날은 이만 2천 보,

셋째 날은 이만 보......

 

걷기 시작하는 30분이 고비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경지에 이른듯 무감각 상태로

가속도가 붙는 신통함에 의지해 하루 해를 채워갔다.

 

목적의 끝을 모르고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한다며,

전투태세로 살았던 나는 어디로 갔는가?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어느 것 하나 없을진대.

되도록 잊고자 하면 또 그리 된 것처럼,

무심한 세월에 힘을 빼고 반 어리석음으로 살고 보자.

 

2015년 6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