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잊혀진다 해도....
"지난 날의 좋은 추억을 이따금 그리워 하는 것은 괜찮다.
다만 지나치게 빠져들지는 않도록 경계하라.
과거일 뿐인 추억에 붙잡혀 집착하다가는,
앞으로 마주할 새로운 가치와 의미는
전혀 알아보지도 못한 채 놓쳐 버릴 수 있기에...."
인생살이에서 홍역을 앓듯 크게는 꼭 한 번,
어쩜 그 이후로 수도 없이 겪어내야 할 고통의 숫자는
하나면 어떻고, 둘이든 셋이든 문제될 것이 없어졌다.
그저 겹쳐진 고통일테면 덧대어진 두터운 딱정이 상처,
희고 고운 새 살로 돋아날 것이니.
언젠가는 닳고 닳아 백지보다 투명한 가벼움으로 날아가리.
힘 빠진 노인네 마냥 뒷짐 느슨하게 두르고,
갈짓자로 걸을지라도,
허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된 삶의 환희란
감히 이런 것이라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주 한림항에서 비양도 가는 배를 타고,
생각을 멈추고 바라볼 수 있는 이 한가한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 줄
또 알아냈다.
언제나 감사를 잊지 않으며 사는 일 또한 .....
지탱할 수 있을 새로운 힘이 되어.
나를 이렇게 일으켜 세웠다.
승호는
"제주도 가시면 저 로션 하나만 사다 주세요."
세인이는
엄마가 사무실을 비우는 동안 흔쾌히 보초 서듯이 잘 봐주마 했고,
수련이는
느낌으로 ㅋㅋ 흐뭇한 미소가 느껴지게 했고,
막내 다빈이는
"엄마, 저 지각 안했어요."
눈꼬리를 치켜 뜬채 양팔짱을 끼고 노려보았던 분노는 간데 없이,
그래서 혼자 또 웃었다.
별 수 없었노라, 어쩔 것이냐?
이름하여 지독하게 이기적인 엄마, 자신이 원하는대로 사는 엄마!
누구나 생각은 각자의 것.
죽을 때까지 내보일 수 없는 내 안의 나를 어찌 설명할 것인가?
이렇게 숨쉬고 사는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듯 살 뿐이지.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삶의 반전을 지켜보는 일은 이래서 가치가 더한 것이다.
멈추어 있는 생각을 훌러덩 벗어 던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앞만 보며 가기로 하자.
그래서, 마을 곳곳을 한가롭게 걸었다.
첫 날은 일만 4천 보,
둘째 날은 이만 2천 보,
셋째 날은 이만 보......
걷기 시작하는 30분이 고비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경지에 이른듯 무감각 상태로
가속도가 붙는 신통함에 의지해 하루 해를 채워갔다.
목적의 끝을 모르고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한다며,
전투태세로 살았던 나는 어디로 갔는가?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어느 것 하나 없을진대.
되도록 잊고자 하면 또 그리 된 것처럼,
무심한 세월에 힘을 빼고 반 어리석음으로 살고 보자.
2015년 6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