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첫정!

세수다 2015. 4. 29. 13:52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 

이런들 저런들 버거운 것이 삶.

그럼에도 잘 견뎌내야 한다.

 

통장에 빠져나갈 잔고만 잘 채워져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소박한 소망이

오히려 행복일 수도 있다.  바라는 것이 그 뿐이어서.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더욱.

 

내리 쬔 햇볕이 곧 사그라들 것을 조바심치며

세탁기에서 빼낸 이불을 옥상 위로 올리던 그녀는

아닌 척 해도 주인집 여자의 눈치가 살짝 보인다 했다.

 

그 묘한 불편함이야 일찌기 알아챘었는데.

내게 살짝 비친 허심탄회한 심경이라고...

 

같은 또래인 집 주인 여자는 수년 전에 남편을 떠나 보내고

남편이 하던 일을 이어서 하는 터라

알게 모르게 남자의 도움이 필요했다.

 

한 집에 사는 이유로,

도움을 주고 받는데 따른 이해가 남자와 여자의 생각은 많이 다를진대

속 모르는 남편은 자기를 속 좁은 여자로 치부한다나?

 

"그 여자는 나보다 한참 더 고지식하거든."

- 그래서 다행인가? 

  차라리 나이가 훨씬 많거나 확 트인 성격이면 더 나으려나?

 

"아, 글쎄 감기 기운이 있어 바쁘게 약 사러 가는데 하필이면 그 여자 앞에서

 병원 가지, 왜 약국을 가느냐고, 그것도 큰 소리로 외칠게 뭐람.

 그렇잖아도 이래 저래 복잡한 마음인데."

- 나름 남자의 자존심일테지. 

  안에서 기 죽지 않고 산다는 뭐 그런 것?  누가 뭐랬나?

 

다들 부대낌이나, 얽혀져 거슬리는 것들을 물리쳐 가면서

숨 고르기 중....

 

속 썩이며 이제껏 살아온 할아버지와 다시 태어나도

결혼할 것이냐고 할머니께  물었더니

"아무렴, 첫정인데...."

수많은 인연 중에 각별하게 아픈 손가락처럼.

첫정이란 단어가 턱 하고 가슴에 박혔다.

마구 함부로 해도 동티 나지 않을, 첫정!

 

한 사람과 오래도록 삶을 유지하는 일도 큰 복이다.

 

목표를 두지 않고,

이루어야 할 목적도 없이 무심코 다다를 수 있는 행복의 고지를 향해

가다 보면 망각으로 편안함이 찾아올까?

그 때가 3년이 될지,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오늘도 바램은 심한 몸살을 앓는다.

 

2015년 4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