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가족.... 고운 희망

세수다 2015. 4. 6. 12:05

마음이 합쳐진 때는 하나 보다 둘이,

둘 보다 셋이 나았다.

마음이 돌아설 때에 느껴졌던 차가운 심장의 고독은

한 줄기 비 속으로 숨어들었다.

 

드디어 오랫동안 묵혀 왔던 옷 정리를 시도하면서

간직하여 탐낼 것이 무어라고

산더미처럼 쌓인 옷가지와 이불들.....

미련없이 버리고, 또 버려야 했다.

 

그 중 부지런한 둘째의 부추김으로 시작된 대청소는

한마음으로 움직이니 순식간에 끝이 나고,

큰 놈이 끓여 내 놓은 얼큰한 라면떡볶이 후루룩.

 

어느 결에 이렇게 마음이 만나지기도 하는구나.

 

기다림은 그래서 위대하다.

 

"엄마, 이제 가야 한다. 빨리 서둘러라."

 

엄마도 따로 가야 할 곳이 있고,

둘째도 제 갈 곳으로 ,

둘은 또 남겨진 곳에서 지금처럼 별 탈 없이....

그럼에도 우린 가족이다. 변할 수 없는.

 

커다란 비닐봉지 안에 담겨져 묵은 세월은

혼자서 들 수 없을만큼 힘든 무게였지만,

어기영차, 힘을 보태니 한결 수월해졌다.

잘 가거라! 작별이다.

이제 곧 숨통이 트여진 사이로 산들산들 바람이 들 것이다.

새로운 바람.

 

아침이면

언제 그리 돋아났는지 모를

연한 이파리들의 키재기를 하면서

피곤한 밤 지새우지 않아도 저절로 기쁨을 안기는

꽃과 나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베란다 안 쪽으로 좀더 안 쪽으로

볼 일을 보라고 수건과 신문지를 끌어당겨 놓았건만

뒷 다리를 한껏 쳐들고 시원하게 케세라세라!

여덟 해를 살아온 초롱이다.

아니, 해가 바뀌었으니 아홉 살이려나?

 

어쩌다 운수 좋은 날엔 사뿐히 날아서

우리가 원하는 그 자리에.....

맛난 것이라고 특별히 지정하는 일 없이

담백한 건빵 하나면 그저 좋으리란

우리의 착각일지라도 그렇게 믿으며 가는 것.

속 편한 이기심이다.

 

무엇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서히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도 변하고, 삶도 변하고....

땅 속 깊이 스며든 어느 날의 비가 되어

뿌리를 적시고 난 자리에

새 잎을 피우는 고운 희망이고 싶다.

 

2015년  4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