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씩 모자란 구석이 있으니 이리 살지......
올해 아흔이 된 엄마는 엄마대로, 여럿의 자식은 자식대로
늘어난 원망의 이유인즉,
듣고 보면 저마다 그럴듯 하지만
그칠줄 모르는 긴장감이
야, 참말로..... 긴 하루 정말 지겹단다.
"나도 오십이 넘어 고관절까지 약해서 병원을 수시로 드나드는구만,
노인네가 자식 생각이라곤 눈꼽만치도 안 하고 말이야.
여기가 아프네, 저기가 아프네. 자식 복이 없는 사람이라는 둥.
익히 알다시피 솔직히 우리 엄마가 해 준 게 무엇이 있어.
자식들이 손 안 벌리고 이제껏 잘 살아주고 있는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데...
나도 돈을 쌓아 놓고 산다면 그깟 병원비 턱 내 놓고 싶지 안 그러겠냐구.
그 놈의 돈이 문제지."
푸념은 그저 혼자만의 넋두리일 뿐이다.
알아서 눈치챈 만큼 추임새라도 보태준들
속상한 마음,
타는 속이 개운하게 뚫리지도 않을 것임에.
자식 중의 막내인 그녀와
처음 알았던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토로해온 불만의 내용이란 것이 변치 않은 채 그대로인 걸 보면,
원망의 대상이 존재하는 한,
미움과 분노는 이제 가족이다.
달리 할 말이 없어진
긴 유대관계 속에서 새로울 것도
새삼스레 흥미거리도
쇠잔되어진 세월을 마주하는 일 또한
너무 익숙해서 죽도록 속상한채 말이다.
징글징글하게 외면하고 싶으면서도
도망칠 용기를 가져선 안되는 족쇄.
가족은 그런 것이다.
좀더 편안해 지고 싶다면,
생략된 마음을 더 많이 가지는 수 밖에.
혼자서 외치기만 하다가 무어라 답도 없이
그래, 그러게. 걱정이다만 반복하는 내게서
회생의 기운을 얻으려다
도리어 기운만 빠지겠다 싶은지 이내 전화를 끊었다.
그녀.
나는 정말이지 할 말이 없었다.
위로?
이렇게 저렇게 꽤 능력자인 척 했어도
미숙하기 이를 데 없는 삶,
수레바퀴처럼 구르다 구르다 얻어지는 지혜로
하룻날 살아갈 방법만 얻고 갈 뿐임을
일러준들 믿기나 할까?
다른 삶은 좀 나아 보여도 사실 그렇지 않잖아!
그럼에도 약간씩 모자란 구석이 있어
함부로 나서지 않고,
하늘 무서운 줄은 잊지 않아 조심하면서 살아가는 것.
우리네가 사는 모양인 것을.
2015년 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