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고맙습니다!(2015년 1월 20일)
법원 집행관실 여직원의 극히 주관적인 생각,
전후 사정을 미루어 짐작한 배려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떼일 뻔 했던 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이예요.
쉽지 않은 일인데...."
-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하루 중, 무의식 중에라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란 말을 참 많이 쓰고 있구나.
요즘의 나는 그동안 못다 한 감사를 한꺼번에 털어내는 중이다.
직접 전해 드리고 싶었다는......
나는 그 여자를 모르는데,
앞서간 마음은 어찌 보면 그동안의 안타까움에 대한 발로처럼
머쓱한 순간을 연출했지만
그럼에도 마무리 잘 지어진 일은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차근차근 째깍대는
시계바늘의 움직임대로 따라가 볼 뿐인
나의 여유와 무관한 주변의 사람들은
여전히 조바심 지천으로 오히려 나를 당황케 하지만
그래도 다 괜찮다.
누구에게라도 다독이며 갈 가슴이 내게 있음은
축복이다.
서둘러 안간힘이어도 내 것이 아니려면,
멀리 뒤돌아 도망갈 터이고
거의 1년을 제 성질에 못 이겨 포악을 떨던
그 남자의 돈 주머니가 헐겁게 열린 것을 보면
분이 녹아져 내린 것이 분명했다.
그가 법원에 와서 쿨하게 미수금을 갚고 갔단다.
굳이 겁을 집어 먹은 연유라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
끝난 일이 되어진 것에 대해선 어떤 비난도 그만이어야 한다는 것쯤 알기에.
확인한 바는 아니지만,
내 진정으로 바랬던 소원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믿고 싶다.
"돈을 받기 위한 힘겨움 보다,
그동안 거래한 것이 억울해서 미치겠다며,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기 싫어 발버둥치는 저 사람의 분노를 마주하기가 더 안타깝습니다.
솔직히 나는 다 괜찮습니다.
돈 보다도 귀한 인간성의 바닥을 더 이상 본다는 것이....
그저 바로 앞의 분노에 꽂혀 있는 마음을 다독거려
다른 사람의 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바램은 그 뿐입니다."
마음을 타고 흐르는 깨달음은
이를수록 자신에게 얼마나 이로운 것인지를 일깨워 준다.
누군가를 향한 미움은 얽혀진 이해관계 때문이었지,
그것이 아니라면 덧대어 포장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이어갈 이유란 없다.
뜻하지 않은 감동을 안겨준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란다.
본심이 나쁜 사람이 어디 있겠나?
모두가 몹쓸 놈의 상황 탓이지.
한동안 마음 한 켠을 어지럽게 차지했던 숙제가 시원하게 풀렸지만
사는 동안 다가올 난관은 방심할 수 없는 것이라
항상 선한 사람으로 살기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