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날!
얄궂은 날이다.
점심 무렵, 차가운 배 몇 조각을 먹은 게 이리 탈을 일으키다니.....
병도 전염이 되는가?
전 날, 큰 얘를 응급실에 데리고 갔던 증상과 아주 비슷했다.
속이 울렁거리고, 음식을 앞에 두고 다가가기조차 두려운 떨림은
평소 나 같지 않아서 겁이 나기도 했다.
몸은 거짓말을 못 한다고 했던가?
제 멋대로인 주인 때문에 반란을 일으켰나?
함부로 다루기 보다 살살 다독이면서 가야 하는데,
배려를 잊었다.
초긴장 상태에서 이런 일, 저런 일 겪은 후에 찾아온 나른함.
아픈 것도 누울 자리를 보고 오는 것인지
역으로 지금의 나는 많이 편안한가 보다.
내친 김에 핑계삼아 따뜻한 이불을 푹 뒤집어 쓴채
오래도록 잠에 취해나 보자.
간절하게 소원했던 밤은 생각보다 짧다.
늘어진 게으름을 행사하기엔 미룰 수 없는 것들이 참 많아.
어쩌면 그것도 성격 나름일테지만....
혹한의 날씨로 급체를 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아졌다며
손을 따거나, 까스 활명수라도 드시라는 큰 얘.
그동안 말과 정이 그리운 아이가 되었다.
어제 그 아이도 말을 참 많이 하던데.
애써 머쓱한 표정 잠재우려 그렇기도 했겠지만,
이 상황을 성급하게 받아 들인 자신보다
걔네들이 오히려 정상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아이.
아무려면 어떤가?
되도록 좋은 방향으로 마음을 잡는 게 수월한 삶을 향한 것일지도 모른다.
맘 먹기가 참 힘들어 그렇지.
순서가 이르거나, 늦거나 결국엔 던져진 희망을 잘 마무리 짓기 위해 가는 길.
그것이 보람된 일이다.
다들 잘 해 주고 싶다.
날 세워 이유를 대고 까칠할 필요가 무엇인가?
편안한 세월은 생각 차이다.
2014년 1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