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얄궂은 날!

세수다 2014. 12. 19. 16:31

얄궂은 날이다.

점심 무렵, 차가운 배 몇 조각을 먹은 게 이리 탈을 일으키다니.....

병도 전염이 되는가?

전 날,  큰 얘를 응급실에 데리고 갔던 증상과 아주 비슷했다.

속이 울렁거리고, 음식을 앞에 두고 다가가기조차 두려운 떨림은

평소 나 같지 않아서 겁이 나기도 했다.

 

몸은 거짓말을 못 한다고 했던가?

제 멋대로인 주인 때문에 반란을 일으켰나?

함부로 다루기 보다 살살 다독이면서 가야 하는데,

배려를 잊었다.

 

초긴장 상태에서 이런 일, 저런 일 겪은 후에 찾아온 나른함.

아픈 것도 누울 자리를 보고 오는 것인지

역으로 지금의 나는 많이 편안한가 보다.

 

내친 김에 핑계삼아 따뜻한 이불을 푹 뒤집어 쓴채

오래도록 잠에 취해나 보자.

 

간절하게 소원했던 밤은 생각보다 짧다. 

늘어진 게으름을 행사하기엔 미룰 수 없는 것들이 참 많아.

어쩌면 그것도 성격 나름일테지만....

 

혹한의 날씨로 급체를 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아졌다며

손을 따거나, 까스 활명수라도 드시라는 큰 얘.

그동안 말과 정이 그리운 아이가 되었다.

 

어제 그 아이도 말을 참 많이 하던데.

애써 머쓱한 표정 잠재우려 그렇기도 했겠지만,

이 상황을 성급하게 받아 들인 자신보다

걔네들이 오히려 정상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아이.

아무려면 어떤가?  

되도록 좋은 방향으로 마음을 잡는 게 수월한 삶을 향한 것일지도 모른다.

맘 먹기가 참 힘들어 그렇지.

순서가 이르거나, 늦거나 결국엔 던져진 희망을 잘 마무리 짓기 위해 가는 길.

그것이 보람된 일이다.

 

다들 잘 해 주고 싶다. 

 

날 세워 이유를 대고 까칠할 필요가 무엇인가?

편안한 세월은 생각 차이다.  

 

2014년 1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