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나이 들어 가는 소리......
하룻밤 지샌 세월 이후엔 나이 먹는 소리가...... 늙어가는 소리란다.
가는 비 소리도 들리는 듯 하고,
환청인지, 이른 아침 멀찌감치부터 사람의 외침이 울려퍼지는 듯,
게으름이 더해 진 아침 해는
느낌만으로 떠오를 시간을 예측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계절의 변화는 사람의 마음을 순식간 돌변케 하는 마력이 있다.
이제부터는 순식간에 밝은 날이 오더라도
갑작스럽게 깊은 어둠에 빠져들지라도
매번 두들겨 본 돌다리처럼 익히 알아 온 세상,
새삼스러울 것 없이 또 가보는 것이지.
사계절의 흐름을 꿰뚫고 있어 흥미로울 일은 덜 하지만
혹여나 가다가 또 모르지, 횡재수라도 있으려나?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이빨과 이빨 사이의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길래
사람을 만남에 있어 민망한 부끄러움으로 조심스러울 즈음,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사는데 불편하지만 않다면야
그냥 저냥 지내보기로 했었던 생각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가까운 사람 중 누군가 그랬다.
"치과 좀 가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민망한 마음에 숨을 죽이고 있다가
조용히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나를 들여다 보았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말,
내 몸 조차 돌볼 줄도 모르면서 무지몽매한 외고집으로 일관되어
진짜 세상을 등지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정작 소중한 것을 놓치고 간다면야.
곱게 빗어내릴 머리 손질 할 시간이 무언가고
양 손 가락으로 스리슬쩍 빗질을 대신 하면서
허둥댔던 시절의 상흔은
어느 사이 때 되면 짙은 염색약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처럼.
속절없는 세월이
나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주지 않을 것을 안다.
이기적인 듯 해도 스스로 챙겨들고 가야지.
혼자서 떠들어도 모를 무심한 시절 노래로 터덜터덜 삶을 타박해 본들
성에 차지도 않고, 에라 가보자. 연명하듯 살 것이 아니라면
오늘 제대로 살고 가 보자꾸나.
치과 의사는
"나이가 들면 잇몸이 내려 앉으면서 이빨 사이의 간격이 서서히 벌어지기도 하고,
입에서 악취가 나기도 하고,
음식물 씹기가 불편해 지기도 하고..."
주저리 주저리 의례적인 말보다 비용이 가장 궁금했지만,
그깟 돈 쯤이야, 나를 위해 대범해 지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아이들에게
"엄마, 오늘 치과 다녀왔다? 손 볼 데가 많아서 비용도 엄청 나더라."
뜬금 없는 표정을 기대했었는데,
- 그러게, 진작 좀 가지. 우리가 그 때부터 말했잖아요.
새삼스런 나의 대범함을 아이들은 왜 이제서냐고 혀를 끌끌 찼어도,
이런 내 모습이 꽤 환영할 만한 사건인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