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늘상 어두움만 있다면, 어찌 살까? 그래도 빛이.....
이럴 때 나 말고 대신 해 줄 수 있는 사람 있었으면 참말 좋겠다?
불편한 자리, 아는 지식도 별로 없고....
4개월 전에 일하다 다친 분이 산재보험처리 아니면, 민사소송을 불사한다니
원리원칙에 근거하는 처리방법이라면 그러마고 약속은 했지만
막상 근로복지공단 직원과, 그 쪽 노무사와의 자리는 조금 떨리긴 했다.
마지막 확인서를 써야 하는데.
하지만 가슴 떨리게 못난 어른의 모습으로 있기에 나의 나이는 그리 젊지 않다.
누가 보더라도 나는 어른인 것이다.
오늘의 약속이 있기 전, 공단 직원에게 다시금 나를 다독이면서
"당신의 가장 가까운 가족 중 누군가가 내 경우라면 어떻게 하시겠느냐?"고 물었었다.
- 저라면 합의 같은 것 보지 않고 깔끔하게 산재처리 하는 방법으로 가겠지요.
산재보험만 들어 두었더라도 이런 일이 닥쳤을 때, 큰 어려움이 없었겠지만
누군들 사고가 자신에게 일어날 줄 알았겠어요. 안타까운 일이지요.
일은 이미 벌어졌고, 결론은 어떤 식으로든 내려져야 하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니까
얼른 해결하고 잊어버리는 수 밖에요.
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누구의 설명이 있더라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이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을 결론이라는데
마음 고생이라도 덜고 가야 살겠더라고.
내가 빈털터리라면 그렇게 책임을 물으며 기대지 않았을 것이지만
아직 가진 것이 이리 있구나. 그렇게 위로를 하자.
알고 보면 다들 딱한 사람, 나는 안 그런가?
그럼에도 내가 그들보다 조금 낫다는데......
위로 삼아 허허 거리기엔 입맛이 쓰다.
무엇보다 돈이 가장 큰 숙제라고, 그것 때문에 다들 이 난리지.
병원에 누워 있는 남자의 병원비 50%, 인건비 50%를
내 쪽에서 부담하는 조건을 알아 들었다며 확인서에 싸인을 여러번 해주었다.
그들이 하라는대로. 그 대신 너무 오래 드러누워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했다.
해결을 보기 위해 그러고 있는 것 쯤 "이런 장사 한 두 번 합니까?"
그 쪽 노무사가 살짝 웃음을 보이면서 하는 말이 약간은 걸렸지만
무조건 내게로 불리함을 몰아가진 않았을 테지.
순리대로 따르자는데 설마하니 그 쪽에서도 양심껏을 바랄 뿐이다.
근로복지공단 과장이 미리 손쉽게 작성해 둔 서류를 보며
이런 것 많이 써 보셨어요? 잘 쓰셨네요!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랭인 줄 알았나? 하긴 어떻게 생각하든 무슨 상관인가?
착잡한 마음일 땐, 더욱더 철저하게 고립 속으로 빠져든다.
늦은 오후 날씨마저 우중충 한 것이.....
우체국 마감 시간에 늦을라, 법원에서 또 무엇이 등기로 배달되었나?
확인하러 가는 길, 막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와 팥빙수 8천원짜리를 시켜서 나눠 먹느라 배가 터질 것 같다며 깔깔 거린다.
"엄마가 데리러 갈까?"
- 정말요!
다른 때 같으면 괜찮다고 했을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겠단다.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처럼, 흔쾌히.
신기한 일이다.
어둡고 칙칙한 모든 일은 아이의 웃음 하나로 깨끗이 소멸되어지고
두려운 마음조차 문제 될 것 없다는 위로가 솟아나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