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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누구라도 먼저 웃자!

세수다 2014. 7. 11. 18:04

Mnet에서 하는 쇼미더머니란 힙합 오디션프로가 있다.

 

국내 최고의 래퍼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며

눈이 빠져라 보고 있는 고1 막내에게서

리모컨 좀 달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한창 주중 드라마를 할 시간인데.....

 

심사위원으로는 양동근, 도끼, 스윙스, 타블로  등등이라 했어도

내가 알 수 있을 얼굴은 양동근이나, 타블로가 다 인데

아이는 키득키득 웃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스마트폰에다 알아듣지 못할 외계어로 친구와 말을 주고 받기를.

랩을 즐기는 아이에게 마땅한 방송이 생긴 것이다.

 

격세지감은 하루가 다르게 빨라져 가는 것처럼

느긋한 감성은 이질감으로 한 공간에서도 다른 세상을 느낀다.

 

제 언니들과의 동맹에서 독립을 선언한듯,

어느날부터 혼자만 슬픈 거 아니라고,

엄마만 상처로 가득한 것 아니라고,  속을 끓이게 하던 아이의 분노를 보면서

속상하기 보다는 한편으론 감사하기도 했었다.

무작정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색깔이 드러난 듯 해서.

 

엄마를 제외시켜 놓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무한대일 줄 알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불편한 것 투성이.

어릴 때처럼 할머니가 대신 할 것도,

고모의 잔 신경으로 대체되어지는 것도,

언니들이 장담했던 것처럼 목마른 갈증을 해소시켜주기엔 역부족이다.

 

아직 엄마의 손은 식지 않은채 여전히 따뜻하다. 

귀찮아도 귀찮지 않다고 하는 것이 엄마다.

그리고 무작정 기다려 주는 것 또한 엄마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태풍처럼 휘몰아치던 아이의 분노가 많이 누그러졌다는 것은

아이가 외로움을 타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저 내 생각이지만.

 

세상은 누구나 혼자라는 것을 알고 나면 무리한 기대치도 줄어들고,

어지간한 어려움에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생길텐데.

아직 그 깨달음은 아니어도,

엄마가 하늘 아래 있음은 얼마나 좋은 일인지.

 

기말고사가 끝났다고 야자수업도 없이 일찍 들어오는 아이의 발을 끌어당기면서

무뚝뚝하기만 했던 내가 어울리지 않게 그랬다.

"다빈아, 이리 좀 와 봐!  엄마가 발 맛사지 해 줄께."

괜찮다고 버티는 아이의 땀에 쩔은 발에서 냄새가 얼마나 지독하던지...

여자 아이도 평발이 있던가?

 

배시시 웃는 웃음 사이로 아이보다 내가 먼저 통 크게 웃어 주었다.

 

그 때가 지금이라는 생각이, 엄마를 조급하게 만들기도 하고

더 지나치면  너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회복하기 힘든 상처가 될까?

 

한없이 누가 먼저 손을 내밀 것인가 기다리기 보다

지쳐 떨어져 나가기 전에 누구라도 먼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있긴 했다.

 

불안정한 가운데 각자 마음의 고통을 추스리는 시간이 좀 걸렸을 뿐이지

우리 사이에 변한 건 하나도 없다.

 

가끔씩 돌발 상황이 우리를 당황스럽게 몰아갔을 뿐,  결코 우리 탓이라 자책하지 말자.

한 끗 차이로 마음은 행복해지기도 하고,

어두운 그늘에 휩싸이기도 하고 그런 것이지.

거부하지 않는 한 나는 엄마의 이름으로 너희를 지켜줄 것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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