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스크랩] 변화....

세수다 2014. 5. 19. 17:48

레이저로 군데 군데 놓여진 점을 지지는 소리에선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났다.

그 성분이 단백질이라서 그런지, 언뜻 삼겹살 굽는 냄새 같기도 하고....

둥그런 전광판이 켜지면서

레이저기를 든 남자가 단숨에 얼굴 이 곳, 저 곳을 지지면서 그랬다.

"약간 따끔할 수도 있으니, 아프면 말 하세요.

 오른쪽 아래 점은 튀어나와 있어서 이번 한번으론 안 될 거예요. "

 

간호사가 미리 곳곳에 발라 준 하얀 연고의 위치가 열 한 군데였다.

잠시 기다리라고 했을 때

미처 발견 못한 오른쪽 눈 위의 약한 부분에 또 하나가 있었던 걸

혹시나 빼 먹을까 듬뿍 발라진 연고를 떼 내어 슬쩍 그 곳에 올려 놓았다.

간호사가 뭐라 하진 않겠지!  내 맘대로 그랬다고!

 

쓰라리게 아픈 통증은 불과 10여분도 안 되어 끝이 나는 일이어서

외마디 비명을 지를만큼 엄살은 택도 없었다.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일인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할 것을....

 

젊은 남자가 레이저만 순식간에 쏴 주고는 사라지자

간호사가 살색의 테이프를 잘라서 점이 있었던 자리에 붙여 주었다.

"새 살이 돋아날 때 까지는 일주일 너머 걸릴 거예요.  얼굴에 썬크림 꼭 바르시고

 2~3일 후에 테이프가 떨어지면 약국에 가서 방수용 살색 테이프 사서 부치고,

 세수해도 괜찮습니다."

 

아침부터 지하철을 타고 무슨 먹고 살 일 났다고 바삐 이 곳을 왔는가?

모를 일이다.   나이 먹는 여자의 속내란....

 

출근시간이라 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공통된 모습은 대부분이 스마트폰에 연결된 이어폰을 꽂고선 무표정인 상태로 있었다는 것.

외로움은 커녕 얼마든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표정들이다.

이것 하나만 있다면 말이다.

 

무엇보다 뻘쭘히 마주 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게 해 준 일은 조금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나 또한 그들과 닮기 위해 스마트폰에다 머리를 조아리고

엉성하게 제목만 보고 지나쳤던 몇 가지의 글들을 읽어 내려갔다.

오로지 한 곳으로 몰두하는 일은 주변의 산만함을 일시에 잠식해 버릴 수 있어서 좋았다.

죽지 않고 파닥이는 생물이 누릴 수 있을 그 모든 것에서

고립되고 싶지 않은 발버둥이 내게도 있다.  

 

문명의 이기에서 도태되지 않기를....  무엇이든 모르면 지는 것이다.

 

살색의 테이프를 군데 군데 붙인채로 세무서엘 갔다.

종합소득세 신고 용지를 들고....

뻔뻔할 대로 뻔뻔해진 나는 여럽게 부끄러운 얼굴이 없어진 지 꽤나 된듯,

씩씩하기도 하다.  

 

야무지게 일 처리를 하고 살았다면서도

날아든 우편물을 뜯을 땐 언제나 새 가슴으로 벌렁거리기 일쑤인데.

 

죄 지은 사람처럼,  누가 보면 사람들 모르게 숨겨 놓은 재산이나 있는 것처럼.....

세무서에서 내 앞의 여자가 번호표를 뽑고는 담당 직원에게 묻는다.

"일년동안 이자 소득도 없었고, 이사 간 일도 없고 그런데 이런 게 나왔어요."

혹시나 나와 같은 것인가 솔깃해서 염탐을 했다.

 

- 그냥 가셔도 돼요.  참고만 하면 되는 일도 있어요.

여자가 나름의 면죄부를 받은 양 크게 기뻐했다.  

매번 닥치곤 했던 일임에도 늘 낯설다.  관공서에 와야만 해결되는 일은.....

 

이 곳에도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뽑아낸 번호표가 160번이다. 

지금으로부터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한댄다.

무심코 그냥 모른체 두고 가는 일은 이제 없다.

확인에 또 확인을 거듭하며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됨을 잘 알고 있다.

 

하루종일 사람 구경 참 많이 한 날, 

수입은 턱없이 부족해도 케세라세라로 살기를 어느새 서너 달,

그럼에도 이렇게 잘 살아내고 있다.

 

아프지만 않으면 산다는 말 맞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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