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침마당에서......
아침 마당에 코미디언 엄용수가 나와서 그럽니다.
"예전에 엄마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하도 들먹이길래,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줄만 알았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구? 지나서 생각해 보니
그와 같은 사람을 새롭게 만나 보고 싶었던 거야.
나 또한 지금 그렇거든."
오늘 이야기의 주제가 "황혼의 사랑은...." 이랍니다.
남편이 옆에 있어도 가끔은 새로운 사람과의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며 산다는
여자 아나운서의 도발적인 발언에 놀라기는 커녕,
백세 시대가 가져온 지친 사랑에 대한 이유있는 항변이라며.....
다시 남자 아나운서가 말합니다. 이금희 아나운서에게
"그렇다면 희망이 있네요. 나이 육십에 오는 사랑이 있다니 말예요."
아직 결혼을 안한 만인의 연인 이금희 아나운서가
화들짝 놀라며 멍하니 있는 모습까지 보고는
그만 텔레비젼을 꺼버려서 이후의 내용은 모릅니다.
몸은 늙어가도 생각은 늘 처녀적 마음으로 살기를.....
어떤 이에겐 지치도록 살아 봤으니
무엇이 더 바랄 게 있을까 해도 다시 꿈꾸는 사랑이 있답니다.
가진 자의 여유, 욕심도 참 많습니다.
우리가 누누이 말하는 그 멋진 사람! 흔치 않을텐데.....
해 나는 쪽에 돗자리를 펴고 가지째 잘라 온 솔잎을 쭈욱 펼쳐 놓았더니,
지나가다 한 마디씩을 합니다.
"이게 뭐야? 귀한 거네?"
"이렇게 말리면 안 돼! 수분 다 빠져서...."
"다듬을 필요 없어. 어차피 효소로 만들 거면 깨끗이 씻어 건져 설탕에 재도록 해."
말리려 늘어 놓은 것도 아니고, 효소로 만들려 한 것도 아니고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누구에게 말한 적도 없는데, 잘도 알아서 척척입니다.
솔잎술이나 담그려 한다면, 남편도 없는데 웬 술?
그럴 것 같아 잘 모르는 솔잎 엑기스 담아 보련다 했습니다.
엑기스나, 효소나 마찬가지 말 아닌가? 던져 놓고 보니....
인터넷 검색을 아무리 뒤져 봐도 이해가 안 되던 것이
지나는 이웃의 말푸념 하나로 단번에 솔깃해 지는 이유는
보고 들은 산 경험이 불필요한 것들을 생략시켰기 때문입니다.
목장갑을 끼고 일일이 솔잎을 다듬다 말고, 옳다커니 핑계가 좋습니다.
쉬운 방법이 있다는데, 그리 해야지.
지난 겨울에 고추효소도 만들어 두었지만, 그것이 잘 된 것인지, 어쩐지 모릅니다.
들락거리는 사람도 없으니 김치냉장고에서 잠자코....
급하면 그냥 물엿이나 매실즙을 쓰게 되니 꺼내 볼 일 조차 없습디다.
그저 뜻하지 않게 새로이 꽂히는 일이 좋을 뿐입니다.
오늘은 햇볕에 오래도록 나와 있으니 좋다고 청소 아주머니가 자꾸 말을 시킵니다.
이렇게 자꾸 볕을 쬐어야 한다나?
산 위에 아카시아 꽃들이 날아와서 청소하기 너무 귀찮다고.....
그리고 다시 인생 경험자로서의 다짐을 둡니다. 믿을 건 돈 밖에 없노라면서,
아침마당 방송에선 여유롭게 달콤한 사랑을 꿈꾸는데
마음이 짠했습니다. 지금 58세이니 앞으로 6년은 더 벌어야
자신의 노후준비라도 할 수 있을듯 하다고.
아주머니의 눈에서 살짝 눈물이 비치길래
얼른 가방 속에 있던 천혜향 두 개를 들고 나왔습니다.
양지 바른 계단에 앉아 이런 이야기 하는 시간 결코 헛된 것이 아닙니다.
반대편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런대로 평화였는데, 갑자기 우린 둘 다 입을 다물었습니다.
"저 이는 욕심과 질투가 많아서,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처음엔 안 그랬는데, 임의로운 사이가 되니 집착 또한 심해집니다.
그녀 둘은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함께는 싫고, 각자 자기하고만 하는 것을 더욱.....
나처럼 마음 속에 외로움이 많아서 그런 듯 합니다.
옛부터 이야기 좋아하면 안 좋다 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