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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고한 침묵 보다는....

세수다 2014. 5. 8. 12:40

때로는, 아주 때로는 

고고한 침묵으로 아닌 척,  아주 괜찮은 사람인 척 사는 일보다

즐펀하게 진한 농담이라도 던지며 되는대로 한 번 살아봤으면 하는 때가 있다.

 

나를 향해 있지도 않은 눈을 피해, 지레 새 가슴으로 전전긍긍 사는 삶을

자식이 알까?  위하는 척 달콤한 사탕발림의 시댁, 그들이 알까?

나를 제외해 놓고 그들은 언제나 둥그런 원 안에다 우리란 단어로 똘똘 뭉쳐 있다.

 

지독한 슬픔이 지나온 흔적,  이젠 다 잊었노라 외치어도

다시 아픔이란 깊은 상처로

그러고 보니 그 흔한 말이 멈춘지도 꽤 되었다.

 

집은 조용하다.

 

2년 정도 지나고 나니,  이제는 다 괜찮아진 줄 알고 그들이 왔다.

아주 늦은 시간에,  예고도 없이.....

"올케, 일어나 봐."

"자냐? 너는 내 딸이나 마찬가지다.  손 좀 잡아 보자."

꿈 속에서 들리는 환청인 줄 알았다. 

거실에 장판을 깔고 늦은 잠을 청한 내 얼굴 위로 세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어머님, 위로 형님, 시집 안 간 아가씨.

작은집 손녀 결혼식이 있어 그 곳에 다녀오는 길이라나?

언뜻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각이었다.

 

대책 없기는 여전하군?  

 

사람의 정이라는 것이 그렇다.  미운 정, 고운 정도 들었어야 애틋하기라도 하지.

그냥 일방통행으로  듣기만 하며 살아온 세월, 

그럼에도 침묵으로 애쓰고 지난 2년 동안  잘 지내왔건만

다시 시작이라도 하려나?  나는 자세를 긴장으로 바꾸었다.  비몽사몽 잠결에도.

오랜 습관은 사람을 이처럼 비참하게 만든다.

 

오빠 말만 나와도 눈물이 흘렀다는 내 나이보다 세 살이나 많은 아가씨나,

자기랑 친하게 지내자는 형님이나,

나는 너를 딸로 생각한다는 어머님이나,

 

그토록 슬프고 애달픈 단어들을 어찌 내게 하시오?

그 말 좀 안 하면 어때서?

당신들이 나 만큼 아픕니까?   환장할 것 같은 심정으로 마룻바닥을 박박 긁었다.

 

나는 당신들이 정말 지겹도록 싫은데.......    

마음 속의 상처 따윈 아랑곳 없이 그들은 나를 에워쌌다.

 

그러고 보면 속내를 한 번도 드러내지 않고 산 내게도 잘못은 있다.

아이들 조차 그들과 비슷한 것을 보면, 핏줄은  역시 그 쪽이 가깝다.

엄마는 아빠가 있을 때 왔다가 떠날 손님처럼.....

지독한 세뇌의 산물이다.

 

"그 사람이 떠나면서 나 또한 떠났다고 생각해 주세요. 

 그렇다고 내가 어머님을 모른체 하진 않잖아요. 만나서 행복하지 않다면....."

 

이제사 나는 해야 할 말을 제대로 찾아냈다. 그 동안은 왜 그리 피하며 살아왔던가?

그가 없이 혼자 된 나는 비로소 독립을 이룬 것인가?  그 오랜 구속에서...

 

- 남은 삶, 우리랑 같이 여행도 다니고 재밌게 살면 안 될까?

 

어찌 그리 어려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쉽게도 하시는지.

늦어도 한참 늦은 시간이 곧 새벽을 가리키는데, 

진심인지, 위선인지 그들이 내가 좋단다.

가능한가?  서로가 좋아야 좋은 것일진대.

 

이른 봄이 한참을 지났어도 마룻바닥은 여전히 차다.

장판 위의 온기가 탐이 나는지 형님이 내 이불 속으로 파고 든다.

이야기를 더 하려고, 

나는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무심코 그들을 바라볼 뿐.

"바닥이 차면 이 쪽으로 오세요."

 

이토록 무심하게 반응을 해도 의무를 강요하지 않는 걸 보니

사람의 관계가 연결된 끈이 없어지면 이리도  홀가분한 것을.

 

지나간 세월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그들은 내가 왜 이러는지 알아도 모른체 하는 것인지,

진짜 몰라서 모르는 것인지,   그 마음까지 내 알 바 아니듯...   그 또한

이젠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도 공평한 위치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속 좁게 다 지난 그 까짓 상처라고 한대도,

내겐 지워낼 수 없을 아픔 그 이상이라니 어쩐다?

 

우선은 내 마음 가는대로 살고 볼 일이다. 

명치 끝 쓰라림은 그냥 안고 가더라도,  내 몫으로.....

그러고 보니 내 안에 좋은 사람만 사는 것은 아니었다.

 

아쉬움이라면 있을 때 잘 좀 하시지?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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