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스크랩] 사건

세수다 2014. 4. 20. 11:20

지난 봄,  칠순을 치른 둘째 형부는 자전거를 아주 잘 탑니다.

이틀 전 아침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에 따른 복장을 갖추고 집을 나섰지요.

주택가 골목을 막 빠져나오는 데 어린 학생이 길을 가로막길래 순간 피하다 자전거가 넘어갔대요.

정신없는 사이 중년의 여자가 건너편에서 "아이쿠"  소리를 내며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일으켜 세웠답니다. 

자전거와 부딪힌 사실이 없음에도 동시에 벌어진 일이라 형부는 정신이 없었던 게지요.

형부가 "어딘 다친데라도 있느냐, 병원에 가야 하지 않느냐" 물었더니

여자가 어딘가로 전화를 했겠지요?

10분도 안 되어 환자복을 입은 남자가 남편이라며 나타났답니다.

자신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고 서두르길래, 얼떨결에 그리 했다지요.

그 상황에서 얼른 자식들한테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부모 마음이 걱정 끼치지 않고 혼자 다 해결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거지요.

 

그들이 데리고 간 병원에서 엑스레이부터 찍고....   약간의 타박상이 나왔답니다.

신원을 확인하니 쓰러진 여자는 조선족으로 보험료는 미납 상태고,

병원비 안 내고 도망갈 지 모른다며 병원에선 선납금으로 60만원을 내라 하고,

한 달 입원해 있겠다고 생떼 쓰는 것을 합의를 어떤 식으로 했으면 좋겠냐 하니

이런 저런 조건으로 5백만원을 내 놓으라 하더랍니다. 안 그러면 집을 압류시키겠다나 뭐라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진작 자식하고 의논하면 될 것을

나 아직 젊은 사람인데,  모르는 게 어딨느냐,

자존심 상하게 이런 모습 보이기 싫다는 논리로 고집을 피우고 밤새 고민을 하다

언니와 형부가 내린 결론이 통장에 있는 돈 다 꺼내서 주고 사정을 하자.

였답니다.

 

나이가 드니 판단 능력이 이토록 흐려질수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언니의 딸과 아들에게 알렸습니다.  절대 알리지 말아달라는 것을,

전문 꾼들한테 걸려든 것 같다고 자식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누구든 이런 일은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아무리 총명했던 사람일지라도 한 순간에 바보가 되어 버리니까요.

 

며칠 더 맘 고생을 겪은 후 어떤 식으로든 해결은 나겠지만

예고없이 닥치는 이런 사건엔 휘말리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네요.

 

2013. 7. 17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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