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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5일 오전 10:09
세수다
2012. 12. 25. 10:31
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맑음
지난밤의 눈이 거리를 온통 하얀색으로....
일 때문에 새벽같이 집을 나서며 나의 일상은 이토록 변화무쌍, 한결같을까?
그렇다고 이런 내 환경이 지겹다거나 슬프다거나...
어머님은 여전히 메주를 쑤어 매달아 놓으셨고,
청국장을 띄우느라 방안 가득 꿀꿀한 향으로 추억을 상기시키며
살았던 그대로, 고추장을 담그어야 하니 집에서 고춧가루 좀 갖고오라는 당부까지....
세인이는 내가 듣든 안 듣든 개의치 않고 내게 필름을 돌리듯
나직하게 자신이 본 대로 반복해서 말을 했다.
우리가 살았던 집의 풍경을 그대로 복사해서......
내가 했어야 마땅한 도리를 세인이 자처하고 나섰다.
엄마의 입장과 할머니의 삶, 자매들끼리의 처신해야 할 자리를 알아챈 세인이,
더 이상 서로에게 무리한 억지로 상처를 낼 명분을 만들어내서도 안되겠는지.
"엄마, 난 할머니가 좋아."
정이 많은 아이, 살아가는 예의를 절대 놓치지 못하는 착한 아이,
옷매무새 다듬는 모습까지 아빠를 많이 닮은 아이,
억지로 무리하게 사람의 마음을 다스릴 수는 없었다.
찬찬히 가는 대로 가다 보면 내 살아온 삶이 비뚤어지지 않았으니
제 자리를 찾아갈테지.
우선은 어수선해도, 본질적으로 나와 아이들이 크게 어긋날 수 없는 이유,
슬프고 아프지만 꼭꼭 묻어 두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하면서
치유해 가는 강인함이 내재되어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