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스크랩] 가족

세수다 2014. 3. 17. 15:28

열개 들이 튀김소보루도너츠 한 박스를

덩그러니 식탁 위에 올려 놓고는,

보아란 듯 으쓱한 얼굴,  대전에서 올라온 둘째다.

겉 표지를 보니 성심당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곳 특산물이라도 사온 모양으로.

 

염색공장에 가서 일하고 올라온 여공이 월급날 집의 식구들을 위해 큰 돈을 쓴 날,

문득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동생을 위해선 지렁이 젤리, 아마도 남자친구에게서 받은 화이트데이 선물 중 일부로

남겨 뒀다 가져온 것쯤 미루어 알겠더구만....

 

떠나 있다가도 돌아올 곳이 아직은 내 집이어서 좋은가?

엄마가 있는 곳,  내 형제가 있는 곳, 

남아 있는 우리의 숫자를 하나, 둘, 셋, 넷까지 열심히  강조하더니.....

이번엔 빨리도 왔다.

 

우린 아무 이상이 없을 것인데,   제 나름 단도리 할 것이 많은 듯 했다.

오자 마자 막내 학원에 가는 날이 어느 요일이냐서부터,

교우관계가 어떤지까지 샅샅이 묻기를

정작 막내의 속내는 "언니들이나 잘 해"라고 할 판인데 말이다.

 

큰 아이는 막상 휴학계를 내놓고는 포부도 당당하게

인턴 취업을 한답시고 여러 군데 이력서를 내 보았자 신통치 않은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 볼까, 어쩔까 고민이 많다.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음을 조금씩 실감하는 눈치.

 

우리가 살아내온 세상보다 어찌 더 힘들어 뵌다.

 

"그냥 내쳐 4학년까지 다닐 걸 그랬다."

- 그건 안 돼요.  생각할 시간이 없잖아요.

"그렇다면 그도 그렇다."

엄마라고 도움 줄 수 있을 것이 없긴 하지만, 

알아서 네 길 개척한다니 오래 고민하지 않기만을 바랄뿐.....

 

새벽같이 사무실에 일로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다녀오는 길,

약속대로 막내의 등교를 위해 헉헉대는 나의 이름은 엄마!

이것이라도 해 주어야 할 것 같은 간절함이 언제까지고

할 수 있을 때까지 걸음을 두 배로 늘려 잡는다.

 

집 앞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좋겠단다.  이 시간,  설렁설렁 걸어 나오면 되니....

그렇다고  뭐 서두를 것이 있나? 

차로 가면 금방인데, 그저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이지.

삼선 슬리퍼를 들고 가는 얘들 서넛이 보이니, 아는 얼굴들이라고 창 밖으로 반갑다 난리다. 

 

일도 아니게 학교 가는 길에 불만도 많은 아이들, 그들은 청춘이라서 좋겠다.

 

일찍 나오느라 두껍게 입은 패딩 잠바가 버거운 날씨,  여덟시가 안 되었음에도 벌써 덥기 시작이다.

아무래도 봄은 숨을 내쉬는 어느 사이 떠나가 버릴테지만.   흔적도 없이 흘러갈 계절, 

목련이 어느 사이 멍울져 곧 퍼질 판이다.

 

이렇게 또 다른 봄이 내게로 왔다.   

견딜 수 없을 슬픔이어도 괜찮다, 괜찮다 하니 웃음 또한 섞인 채로....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