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미안하다, 사랑한다!
아빠가 가신지 2년여.....
이제 와 하는 이야기지만 엄마를 향한 작은 반란의 이유가
그럼에도 좀더 자상하기를, 좀더 희생적이기를 그랬었단다.
엄마는 그래도 까페라는 곳에서 속 마음 풀어내기라도 하지만
자기들은 사실 이야기 할 곳이 없었단다.
엄마가 당연히 믿는 것처럼, 우리가 알아서 다 하는 듯 해도
늘 엄마의 손길을 갈망하고 있었어요.
물론 엄마의 성격, 일, 외로움 등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해요. 다는 몰라도.
우리의 가족은 지금 엄마와 우리 셋. 딱 넷으로 압축되었어요.
할머니, 고모, 이모들은 그저 주변 사람들일 뿐,
엄마가 믿거나 말거나, 우리에게 절대적인 사람은 단 한 사람 엄마예요.
대전으로 가야 할 시간이 임박한 둘째가,
행복했던 지난 시간들이 이대로 공중분해 되는 것 아닌가?
아빠의 부재로 인해 뒤바뀌어진 삶.
흔들리지 않는 엄마의 모습은 좋은데,
그것 말고 일일이 따뜻한 말까지 더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내게 잔잔한 자상함이 부족한 것은 맞다.
서툴게 살아온 인생인데, 깜짝 놀라기는 다 마찬가지.
잠자코 들었다.
늘 바쁘게 허둥대며 사는 모습, 아이들은 엄마의 등 돌린 모습에만 익숙해 있었다 했다.
그 삭막한 등이 뒤돌아 서기를 얼마나 갈망하고 있었는지 아느냐고.......
둘째가 말하는 중에도, 내 다급함은 속도를 내며 익숙하지 못한 여유,
그게 오랜 습관으로 길들여진 나의 모습인 것을....
각기 다른 성격의 아이들로부터,
부족하디 부족한 엄마는 처음으로 거울에 비친 나를 보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혹시나 편협된 마음, 위로될 말만을 골라 듣고, 피해자인양 횡포를 자행하지 않았을까?
내게만 있을 줄 알았던 두려운 마음, 아이들이 그동안 자기들도 참고 살았다며 성토를 시작했다.
아프게 나를 향해 치는 말, 말, 말!
그래, 모든 것이 엄마 탓이다.
아이 셋이서 작심한 듯 머리를 모은 끝에 지금처럼 살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그 대표로 둘째가 단독 면담을 요청한 자리가 식탁 앞이었다.
다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중구난방이 되니 자신이 나섰다는 것,
아이들 머리가 크니까, 이렇게 시작되는 대화법도 생기더군.
그래도 괜찮았다. 깨지고 부서지어 다시 회복되어지기라도 한다면....
이 시간 전까지 주차장에서부터 올라오면서,
나의 마음은 지옥 그 이상이었거든.
자식에 대한 배신감, 확인되지 않은 오해로 철저히 남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내 안에 너희들의 비중이 백 이라 해도
표현되어지지 않으면 믿을 수 없을 안개 속 마음,
너희를 배제하고 엄마의 삶은 없다는데,
꼭 표현해야만 사랑하는 줄 믿는 것이냐.
그렇단다, 아이들은 그 표현에 의지를 많이 한단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던게로군.
어느날 너희들도 나이를 먹고, 엄마도 이보다 늙어갈 것이고
그 때까지 이 마음 변치 않고 갈 수 있을까?
끌어안고 있는 슬픔 또한 영원할 수 없듯이,
세월은 흐르고, 세상 또한 변하는데.....
엄마는 늘 그 자리에서 완벽하기를,
어설프기 짝이 없는 엄마를, 다른 엄마와 비교하진 말아라.
엄마도 그처럼 잘 나고 싶지만, 살아온 삶이 여기까지인 것을.
하지만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렇게 너희들이 먼저 말을 해 주어서 참 고맙다.
우리가 이런 일만 없었다면,
각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이토록 치열한 고민을 할 이유가 있었을까?
무심코, 평범하게 살았을 테지.
공포나 두려움 또한,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숙제...
이제 그 터널 반 정도 지나왔을까?
어디 함께 가 보자. 모자란 구석 다시 채우며,
진통은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깨닫는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