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짝퉁 인민재판......
고등학교 배정 발표를
졸업식이 끝난 후 점심까지 먹고
다시 학교로 와서 듣게 한 것은 잘한 일 같다.
일찍부터 했으면, 까딱 식음전폐 사태까지 갈 뻔 했으니 말이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 심장이 두근두근, 오그라 들었다, 펴졌다를 반복했을텐데.....
그것이 무엇이라고?
아이들과의 카톡 밴드에 막내의 한탄이 들어왔다.
"늘고(배정받은 학교의 약자)! 아! 늘고됨, 늘고 뭐야? 늘고 어딘데...."
1지망으로 썼던 학교는 안 되고, 2지망에 무심코 적어 넣었던 학교가 덜컥 되었음이
황당했는지 멘붕상태에 빠진 모습이 역력한데.
숨도 제대로 쉬기 전에 어찌 그리 소식은 빠른지
뒤 이어 언니1과 언니2의 무차별적인 질타는
전쟁통에서 날아드는 포탄의 무차별 폭격을 능가할 판이다.
마치 인민재판에 아이 하나 세워 놓고 왜 그랬느냐부터, 이제 어쩔 거냐고까지....
곤혹스런 막내는 슬그머니 카톡방을 빠져 나가 버렸다.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어쩌라고?
"학교 배정 받은대로 가면 가는 거지 무엇이 그리 큰 일이냐. 할 수 없지.
누구나 바라고 바라는 학교에 가면 좋지만, 어디 그게 뜻대로 되나?
다른 학교는 학교가 아니라니?
됐어. 주사위는 던져졌어. 여기서부터만 생각을 하는 거야. 비교도 하지 말고,
이 학교에서 내가 어떻게 지낼 것인지...."
이왕지사 벌어진 일에 대해 왈가왈부 따져 봤자 속만 상하지.
어차피 인생은 이 것일까? 저 것일까? 갈등의 연속으로 가는 것.
이 정도 가지고 세상이 끝난 것처럼 호들갑이 웬말인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욕심에도 자기가 가질 수 있는 만큼이란 게 있는 것 같다.
아이가 한숨을 쉬는 순간,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자율성을 지녔다 해서 방종할 거란 노파심일랑, 괜한 염려일 거라고.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기 좋아하는 줄 어찌 알고
빡센 학교에 안 된 것 또한 오히려 원했던 바라고....
그래서 엄마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으니, 큰 걱정 그만 접으라 일렀다.
인생 첫번 시련에 봉착한 막내가 저 나름의 오후 시간을 보내고, 한숨 잘 자고 일어났더니
고문관 첫째 언니가 다시 호출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원인분석을 강요하기를.....
막내 왈
"언니, 핵심만 얘기해요. 길게 늘어놓지 말고..... 지금 가장 속상한 사람은 나거든!
이럴 때 나한테 해 줄 말이라면 할 수 없지! 어디서든 열심히만 하면 돼. 그렇게 위로를 줘야지.
이렇게 사람을 앉혀 놓고 윽박지르면 반발심만 생기는 거 아니냐고!
내가 일부러 이런 일을 만든 것도 아니고, 정책에서 일어난 일인데...."
막내가 하도 안쓰러워서 소리를 빽 질렀다.
"그렇게 다그친다고 해결이 되냐? 니 말대로 세상이 다 내 편이 되어 굴러가는 건 아니야.
이론과 현실은 언제나 등을 돌리고 있어. 막내 내버려 둬. 엄마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아까 우리끼리 다 해결 보았구만. 왠 뒷북이람.
어제 먹다 남은 회에다, 매운탕까지 맛있게 먹으며.....
"엄마, 괜찮지? 아까 학교 배정을 막 받고 나서는 나와 같은 학교 된 얘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뭐가 잘못 된 줄 알고,
복도를 막 뛰어 다니면서 같은 학교 된 친구 찾아 삼만리를 했어요.
그랬더니, 마침 네 명이 나왔어요. 그래서 반갑다. 그러고 왔는데...."
세상에, 얼마나 속이 탔으면, 자기 나름 방책을 세워 마음 다스리기를 했건만.
인생 맘에 들어 살고 있는 사람 몇 이나 될까?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다 보니, 내 것이 된 것이지.
그냥 편하게 좀 살자꾸나.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냐! 맘이 편한게 가장 행복이겠던데...
소용없다. 저마다 할 대로 해야 속이 풀린다니.
기어코 막내와 큰 아이 둘은 협상을 하기 위해 자기들만의 방으로 사라졌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한숨을 푹 쉬면서 막내가 나오고, 얼굴이 벌개진 큰 아이가 나오고.
그렇게 긴 밤이 지나고, 아침에 살짝 막내에게 물었다.
어찌 결론이 났느냐고.
"그 말이 그말이지요."
다 잘 되자고 하는 일이지. 의견을 표출하는 방법이 달라도....
그리곤, 좀 전 카톡방에 지들끼리 다시 긍정모드로 깔깔거리며 웃고 떠드는 화해 모드.
참,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이다.
잔뜩 속 시끄럽게 엄마를 질러 놓고는 말이다.
그래, 너희들은 한 핏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