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상 TIP : 강은교 (1945 함남 흥원 생. 문학 박사. 동아대 국문과 교수)는 '허무와 신비의 시인'이라 불리기도 한다. '주술적인 이미지와 비의적인 상상력, 그리고 유현한 상징들로 가득 차 있는' 그의 詩를 읽을 때마다 가슴 속에는 서늘한 바람이 인다. 어느 평론가는 이렇게 썼다. "피폐한 우리의 영혼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작은 등불처럼, 당신의 삶을 쓰다듬을 수 있는 은유 하나를 낚기 위해 허공의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 있다. 우리에게 보내는 그의 시편들은 작은 축복으로 느껴진다."
[시인 김선우] 이 시인의 사랑법은 엄격하면서도 품이 넓다. ‘무애’라는 말이 떠오른다. 막히거나 거치는 것이 없음을 뜻하는 무애는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라는 전언과 통해 있다. 시쳇말에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다는 말이 있다. 경우에 따라 바람둥이의 말처럼 들리기도 하는 이 말을 철학적으로 사유하면 무애사상이 될지도 모른다. 인간을 병들게 하는 큰 고통 중 하나가 집착임을 알아챈 그 옛날 한 멋쟁이 구도자가 양팔을 활짝 펼치고 무애를 춤추는 것, 노래하는 것을 듣는다. 구도행에 익숙한 시인의 삶이 세간과 출세간 사이에서 아슬한 경계로 버티고 있다.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라”고 한다. 이 아슬한 팽팽함이 좋다. 그리고 기억하시길. 사랑은 ‘항상 함께’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홀로 잘 존재하는 사람이 사랑도 잘 한다는 사실!
[시인 문태준] 물은 선하다. 그 자체로 흐르는 모습이다. 흐르는 에너지이다. 물은 작은 샘에서 솟고, 뿌리에게 스미고 하나의 의지로 뭉쳐 흐르고, 환희로 넘치고, 작별하듯 하늘로 증발하고, 우수가 되어 떨어져 내리고, 다시 신생의 생명으로 돌아와 이 세계를 흐른다. 우리가 태어나고 사귀고 웃고 슬프고 울고 아득히 사라질 때에도 물은 이 세계에 왔으며 우리보다 먼저 다시 태어났으며, 유한한 우리에게 물은 한 번도 태어난 적이 없고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다. 물은 불과 흙과 공기와 더불어 이 세계가 온존하는 한 온존할 것이다. 그래서 물은 모든 탄생과 소멸을 완성하며, 그 자체로 소생하고 순환하는 생명이다. 이 시를 읽을 때면 '선한 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불이 어떤 부정과 대립이라면 물은 그마저도 끌어안는 어떤 관용. 물은 사랑, 자주 침묵하지만 한번도 사랑을 잊은 적 없는 마음 큰 이. 우리도 서로에게 물이 되어 서로의 목숨 속을 흐를 수 없을까. 우리는 그렇게 만날 수 없을까. 물과 같고 대지와도 같은 침묵의 큰 사랑일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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